이미지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mymister
정말 본방사수 하며 감동 깊게 보았던 몇안되는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한 리뷰가 있어 링크/스포를 포함하여 남깁니다.
*극중한마디*
동훈(이선균) :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네이버 블로그 "감성혁명"님의 "나의아저씨 리뷰"글 입니다.
설레는 기다림에서 행복한 기다림의 형벌로,
행복한 기다림의 형벌에서
참선(參禪)과 수도(修道)의 시간으로 바뀐,
보름 가까운 나날들을 보내고
다시 그들을 만났습니다.
그 만남은 점점 더 아름다워져 갑니다.
이 위대한 작품을 만나기 위해
지금까지 살고 버틴 것이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임원 인사 위원회에서의 용기있는 발언으로
무너져가던 동훈의 영혼을 구원한 지안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길.
지안이 동훈에게 묻습니다.
"처음이네. 웬 일로 이렇게 천천히 걸어요?"
"안 춥잖아."
"그 동안 내가 불편해서 빨리 걸었던 건 아니구요?
"들어가."
"한 번 안아봐두 돼요?
힘내라구, 한 번 안아주고 싶어서요."
"힘 나. 고마워."
지안의 그 간단한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기에
생겨났을 동훈의 미안함과 아쉬움은
분명 그들을 다시 이어지게 해 줄 거라 믿습니다.
따뜻한 포옹에 대한 마음의 채무가...
윤희에게 반찬을 전해주러 갔다가
윤희의 외도를 눈치 챈 상훈과 기훈.
"형수, 바람폈어요?"로 시작되는,
엇박으로 이어지는,
기훈과 윤희의 대화의 리듬감과 긴박감은
참 기가 막히더군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고 때리며
울분을 폭발시키는 기훈과
그런 지훈을 달래며 몰래 눈물짓는 상훈.
그리고 이어지는 삼형제의 쓸쓸한 회합.
"어, 그렇게라도 형이 실컷 울었으면 좋겠어. 엉엉.
아주 눈물, 콧물 질질 짜가면서.
안 그러는 형이 너무 마음 아파.
속을 다 까 뒤집지 못하는 형이 너무 마음 아파.
꾹꾹 눌러대다가 형 병 나 죽을까봐!"
기훈의 방식입니다.
"아버지가 맨날 하던 말,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그 말을 나한테 해주는 사람이 없어...
그래서 내가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
동훈의 방식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수씨.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혼자 고생하시구 진짜 죄송합니다.
저는요.
제 동생이 이 얘기를 아무한테도 안 했다는 게,
지 혼자만 마음 아파했다는 게,
그게 너무 슬픕니다.
근데 그건 동훈이가 제수씨를
그만큼 사랑한다는 거죠.
우리 동훈이가 그런 놈입니다."
상훈의 방식입니다.
상훈, 동훈, 기훈, 삼형제를
막내같은 첫째, 첫째같은 둘째, 둘째같은 막내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다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의 대화를 낱낱이 듣고있는 지안.
박동운 상무에 의해 기범의 신분이 드러나며
도피해야 할 긴박한 상황에서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세 개의 공간에서 다섯 명의 인물들이
저마다의 양심과
저마다의 자책으로 흘리는 눈물과 함께
길고 길었던 밤이 저물어 갑니다.
지안이 용기를 내 문자를 보냅니다.
"내일 인터뷰 잘 하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명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길,
동훈의 고백.
"죽고 싶은 와중에 죽지 마라,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파이팅해라...
그렇게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이 쉬어져."
"죽지 않구 버티게 해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해?
해두 돼. 그 정도는."
기훈의 응원에 동훈이 마음을 풀어
허공에 답을 보냅니다.
"고맙다. 옆에 있어줘서."
지안의 작은 얼굴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은
그녀의 여린 턱에 매달려
한참을 머물다 떨어지고,
지안은
벚꽃이 눈물처럼 흩날리는 봄 길을 따라
처음으로 어른이, 아니 사람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를 배웠던 후계동을
떠납니다...
그리움과 원망의 끝에 겸덕을 찾아간 정희와
겸덕이 말하는 내심외경(內心外鏡)...
내 속에 있는 걸 밖에서 본다.
내 속에서 보고싶은 걸 밖에서 찾아서 보게 된다.
마음을 다스리라는 겸덕의 완곡한 뿌리침에
정희는 직설(直設)로 맞섭니다.
"나 온 몸이 다 아파. 안 아픈 데가 없어.
아침에 눈 떠지는 게 싫구 눈 뜨면 눈물부터 나.
니가 오면 안 아플 것 같애.
그러니까 와. 그만 와."
득도(得道)의 공간이 어디냐란 정희의 질문에
성(聖)과 속(俗)의 경계에 다시 서게 된 겸덕도
쉽게 수저를 들지 못합니다.
마침내 찾아온 상무 후보 인터뷰를 앞두고도
동훈의 마음 속엔
자리를 비운 지안이 우선입니다.
지안의 과거 살인 전력까지 까발리면서
자신을 압박하는 윤상무를 향한 동훈의 일갈은
지안의 변호에 대한 응답입니다.
"살인 아닙니다. 정당방위로 무죄판결 났습니다.
누구라도 죽일 법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무님이라도 죽였고 저라도 죽였습니다.
그래서 법이 그 아이한테
죄가 없다고 판결을 내렸는데
왜 왜 이 자리에서 이지안씨가
또 판결을 받아야 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전과조회 잡히지 않게
어떻게든 법이 그 아이를 보호해주려 하는데,
왜 그 보호망까지 뚫어가면서 한 인간의 과거를
그렇게 붙들고 늘어지십니까.
내가 내 과거를 잊고 싶어 하는 만큼
다른 사람의 과거도 잊어주려고 하는 게
인간 아닙니까!"
"여긴 회사야!"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동훈은 지안부터 찾습니다.
그리고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슬리퍼...
지안이 떠났음을 깨닫습니다.
지안은 왜 그 많은 선물들 중에
하필이면 슬리퍼를 택했을까요.
천근만근 무거운 동훈의 발에서
한 근의 무게라도 덜어주고 싶어서...
동훈은 지안의 슬리퍼를 왜 신지 못했을까요.
뼈가 부서져라 일을 해 번 돈으로 샀음을
뻔히 알기에
되려 한 근의 무게가 더해질 것 같아서...
한 때는 일부러 거리를 두려했고
한 때는 세상의 밝은 품으로 날려보내자 다짐하며
밀어내려했던 지안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손가락질과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끝끝내 옆에서 자신을 지켜준 지안을,
이제 동훈이 찾아 나설 겁니다.
동훈을 위해 하염없이 달리던 지안처럼
이제 지안을 위해
동훈도 이를 악물고 달릴 겁니다.
동훈과 지안의 사랑은
그렇게 대구(對句)를 이루고
그들의 마음은 그렇게 서로에게 닿을 겁니다.
인생의 내력(內力)과 외력(外力)에 대해
말하고 싶었을 작가와 감독은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 속의 주인공들이
시청자들의 삶 속에서
내력이 될 수 있음을 미처 몰랐을 겁니다.
이제 동훈과 지안,
그리고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은
제 남은 삶의 내력입니다.
끝까지 지켜볼 것이며
끝까지 응원할 겁니다.
끝이 난 후에도
끊임없이 인생에 찾아들 외력의 종류에 맞춰
그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그들을 내력으로 삼아
또 버텨낼 겁니다.
그것이
아무 근거없는 왜곡된 힐난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끝내 스스로의 가치를 멋지게 증명한,
이 위대한 작품에 응답하는
우리의 방식입니다.
영화 리뷰만을 썼습니다.
드라마 따위는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슨 대단한 취향이고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그 오만방자했던 폄하를 스스로 철회하며
이제 이 위대한 작품에게,
삶의 태도까지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이 위대한 작품에게
이 세상 가장 찬란한 별 다섯 개를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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