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11화 후기

이미지 출처 : http://program.tving.com/tvn/mymister


정말 본방사수 하며 감동 깊게 보았던 몇안되는 인생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대한 리뷰가 있어 링크/스포를 포함하여 남깁니다.


*극중한마디*

봉애(손숙) : "그런데 왜 울어?."

지안(이지은) :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 있다는 게 좋아서..."


네이버 블로그 "감성혁명"님의 "나의아저씨 리뷰"글 입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hixxhim&logNo=221261623835&parentCategoryNo=&categoryNo=11&viewDate=&isShowPopularPosts=false&from=postList


보름 전 "나의 아저씨" 첫 리뷰에서

설레는 기다림을 말했습니다.

지난 주를 지나면서 그 설레는 기다림은

행복한 형벌로 바뀌었습니다.

가슴 속에서 그들의 아픔이 떠나지 않는 형벌...

밤길을 걸을 때면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던 달,

지안의 달이 보고 싶어서...



동훈에게 위악의 고백을 토해내고 돌아온 지안은

믹스커피로 허허로운 영혼을 달랩니다.

육체의 배고픔을 채우던 그 커피가

지금은 영혼의 배고픔을 채우죠.


상무 승진을 위한 인터뷰 시뮬레이션에서

속물적인 잣대로 자신을 압박해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동훈을 갈등하게 합니다.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오기 그래서

정희네에 들른다는 동훈의 말에

윤희가 답합니다.

"당신이 늦게 들어와서 나도 늦게 들어왔는데.

뭐가 먼저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곤 아내와 준영의 통화,

다시 한 꺼풀 드러나는 진실은

지옥에 빠진 동훈에게 치명상을 입힙니다.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억지로 산다."

산사의 겸덕에게 넋두리를 합니다.

"불쌍하다, 니 마음.

나 같으면 한 번은 날려주겠네."


친구의 글이 동훈을 이끕니다.

'El Condor Pasa(철새는 날아가고)'의

선율과 함께...


"망했어. 이번 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나 하나 희생하면

인생 그런대로 흘러가겠다 싶었는데..."


"희생? 그지같은 인생들의 자기합리화.

자식한테는 절대 강요하지 않을 인생,

너한테는 왜 강요해?

너부터 행복해라 제발.

희생이란 단어 집어치우고.

뻔뻔하게 너만 생각해. 그래두 돼.

행복하자 친구야.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야..."


은은한 풍경소리가 동훈을 위로하고

등 뒤에서 자신을 꼭 안아주는 친구의 몸짓이

동훈에게 용기를 줍니다.



지안을 멈춰 세웁니다.

자신을 자르라는, 그래도 아쉬울 것 없다는

지안에게 동훈이 진심을 쏟아냅니다.


"안 잘라!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

아는 척 안하구 지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 돼.

나 네 할머니 장례식에 갈 거구,

너 우리 엄마 장례식에 와.

그러니 털어. 골 부리지 말구 털어.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하구.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거 기본 아니냐?

나 너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가는 거 볼 거구,

딴 데 가서두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거야.

그래서 십년 후든 이십년 후든

길에서 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 할 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 게 아니구,

반갑게 아는 척 할 거라구.

그렇게 하자.

부탁이다. 그렇게 하자...


슬리퍼 다시 사 와."


동훈의 돌아선 모습을 이번엔

지안이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다시 고이는 눈물...



그 눈물은

유라에게도 정희에게도 찾아옵니다.

도망가긴 쪽팔리고 다 같이 망해야 하는데

화산이 아닌 남산이 원망스러운 유라에게도,

속옷을 빨고 또 빨고

괜찮다, 괜찮다를 몇 번이곤 외친 후

홀로 잠자리에 쓰러진 정희에게도.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주기만 하는 사랑으로

백만송이 꽃을 피워

그립고 아름다운 별나라고 가고 싶은

정희에게도...


속세의 번민을 떠나왔지만

미처 다 버리지 못한 미련과 후회에

차마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겸덕도

벽을 마주하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아내의 지옥이 결국 먼저 무너집니다.

태연한 연기력으로 위장하던 윤희의 지옥이

외면과 침묵을 다짐한 동훈의 지옥보다

먼저 무너집니다. 무릎을 꿇고.

동훈의 지옥도 따라 무너집니다.


"너 왜 그랬니? 왜! 왜! 왜!

너 지석이 엄마잖아. 애엄마잖아.

너 그 새끼랑 바람핀 순간

너 나한테 사망선고 내린 거야!

박동훈, 너 이런 대접 받아도 싼 인간이라구,

가치없는 인간이라구,

그냥  죽어버리라구!"



동훈의 오열에 동훈과 함께 무너진 지안은

요양병원의 할머니를 찾아 갑니다.

"그 분은 잘 계시고?"

"잘 계셔.

할머니 잘 계시냐고 물어보셨어.

그 분이 나 밥도 사주고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주셔.

그 분 아마 승진하실 것 같아."

"그런데 왜 울어?"

"좋아서.

나랑 친한 사람 중에도 그런 사람 있다는 게

좋아서..."



'김원석' 감독의 인터뷰, 한 대목이 기억납니다.

"내가 아는 이지안이

이지은이 아는 이지안보다 항상 부족하다."

병실을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을 등으로 받으며

그 여린 턱을 달달 떨면서 떨구는 눈물은,

대본과 연출로 만들어낼 수 있는,

그런 농도의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이선균' 배우...

초라하고 불쌍하고 답답한 아저씨로,

다음엔

경건하고 숭고한 삶의 순례자로 보이던 그가

이젠

'산'처럼 보입니다.


'이지은' 배우의 인터뷰도 떠오릅니다.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겠는가를 묻는

드라마일 거라는...



이 심오하고 위대한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등장인물들 중 누구의 삶을 살았냐고.

또 묻습니다.

이제 누구의 삶을 살고 싶냐고...


음력으로 보름이 언제인지 검색해 보았습니다.

이번 보름은 4월 마지막 날이더군요.

그 날은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미세먼지도 걷혔음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될

그 보름달에게

내 인생 처음으로

내 자신이나 내 가족이 아니라,


두 어깨에 한가득 짐을 얹고

천근만근 두 발을 질질 끌고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속절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꾸역꾸역

지옥같은 현실을 버텨내는,

인내심과 책임감이라는 내력으로

냉혹하고 무자비한 외력에 맞서는,

나 하나 희생해서 인생의 물길을 돌리려는,

그런 바보처럼 착한,

이 세상의 모든 외로운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행복하라고,

괜찮을 거라고,

그러니 한 번쯤은 불쌍한 마음 날려보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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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house